르완다에서는 관심 밖인 직업 : 선생님
Posted
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르완다의 국립교육대학교이다. 이름에서 느껴지겠지만 이 곳은 선생님을 양성하는 학교다. 물론 학생들이 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이 학교에 온 것 같지는 않다. National Exam이라는 한국으로 치자면 수능같은 시험에서 점수에 맞춰 온 것이다. 어느 날, 수업 도중에 한 학생에게 물었다. 졸업하면 바로 선생님되겠고나~ 물었더니, 대답은 선생님되기 싫단다.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개발도상국에서 “뭘 시켜주던 그저 감사합니다요~” 하고 넙죽받아서 일하는게 부러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한다. 우리나라는 대학이 몇개인가? 워낙 많아서 다 세어보기도 힘든데, 이 나라는 1000만 인구에 4년제 대학도 4개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아주 귀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렇게 학위를 따는 학생들이 아무런 일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왜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르완다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걸까? 2011년 초중순에 르완다의 물가조사를 한적이 있다. 평균적으로 이 나라의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한달에 3만~5만프랑(6만원 ~ 10만원)을 받고 일한단다. 많이 받으면 10만프랑(20만원)정도다. 이 나라 2010년의 1인당 구매력 평가 기준 GNI를 보면 1,150$(참고: 한국 20,000$)이다. 평균적으로 1인당 GNI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엔 다른 직업과 비교해보도록 하자. 우리 학교 교수(강사 제외)는 600불 받고 일하고, 우리 학교 일반 교직원들은 500불 이상 받고 일한다. 정부기관으로 넘어가면 이것이 1,000불대로 넘어간다. 매년 우리학과에서 똑똑한 학생들 1~2명은 교수추천을 받고 정부기관에 들어간다.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가 600불받고 일하는데, 교수추천받은 학생들이 1,000불 이상 번다. 어떤가?
돈이라는 가치로 직업을 평가할 수는 없다. 이번엔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왜 선생님이 되기 싫으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왔다. “가르치는 일은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뭐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대답이다만, 이 나라의 사무직, 행정직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이 대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직장에 출근하면 무슨 일을 할까? 이제껏 내가 봐온 대부분은 수다 떨기부터 시작해서 음악 감상, 드라마, 영화 감상, 심지어는 개인사업무까지 보고 그런다. 뭐 가장 충격적였던 것은 업무시간 도중에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는 케이스인데.. 이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 오히려 시간을 잘 활용하는 똑똑한 사람인 것이다. -_ - 이거 뭐 업무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없다. 하쿠나마타타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비교의 관점에서 보면 하쿠나마타타의 나라에서 선생님의 가르치는 일이 노동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위와 같이 “이 나라에서 왜 선생님이 인기가 없을까?” 에 대한 내 주관적인 생각을 옮겨봤는데, 왜 한국에서는 인기 있는 직업이 르완다에서는 인기가 없는걸까. 우리나라에서의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거품이 좀 심한 편인데, 르완다에서는 너무 없고, 대체 왜 그런걸까? 결국은 우리들이 속한 혹은 그들의 사회가 순수한 꿈과 비전만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는데 문제가 있는 거다. 사람들에겐 제각각 그들만의 열정이 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 등 다들 제각각의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다. 살기 좋은 세상이란 과연 어떤 세상인걸까? 돈이나 명예같은 욕심들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자기가 바라는 순수한 직업 그 자체에 만족감을 갖고, 자신의 비전으로 세상 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이든, 르완다든 사회에 변화가 필요한건 마찬가지인듯 싶다.